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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SKC 본업은 3년째 적자인데, 왜 빅테크 20곳이 이 회사를 찾을까

by 지오JEO 2026.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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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주 고점 13.85만 원에서 19% 조정받은 11.1만 원대. 본업 적자 뉴스에 눌려 있지만, 이 회사의 진짜 이야기는 손익계산서 바깥에 있다.


화학 회사가 어쩌다 반도체 베팅의 한복판에 섰나

SKC를 한 줄로 정의하면 지금은 '반도체 유리기판에 모든 것을 건 회사'다. 원래는 폴리에스터 필름과 화학 소재를 만들던 회사였다. 그런데 지난 3년간 회사가 한 일을 보면 정체성 자체가 바뀌고 있다.

화장품 원료 만드는 자회사 SK피아이씨글로벌 지분 51% 매각 검토. 양극재 사업 진출 공식 철회. 석유화학 사실상 철수 수순. 그리고 그 자리에 들어선 것이 바로 유리기판이다.

지금 이 회사를 봐야 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서 세계 최초 양산 공장을 이미 미국 조지아주에 지어놨다. 경쟁사인 삼성전기는 2027년 하반기, LG이노텍은 2027~2028년 양산이 목표다. SKC는 최소 1~2년 앞서 있다.

둘째, 본업이 적자인데도 빅테크 20곳 이상이 먼저 연락해 샘플을 받아갔다.

셋째, 2026년 2월 단행한 1조원 유상증자 자금의 약 60%인 5,900억 원이 오직 유리기판 한 곳에 꽂혔다. 회사가 사활을 걸었다는 신호다.

 

인터포저를 없애는 회사

기존 반도체 패키징은 칩과 기판 사이에 '인터포저'라는 중간 부품을 끼워 넣어야 했다. 칩에서 나오는 수많은 신호선을 기판으로 연결하려면 이 중간 다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터포저가 두께를 늘리고, 전력을 잡아먹고, 신호 지연도 만든다는 것.

SKC의 유리기판은 이 중간 다리 자체를 없애버린다. 비유하자면, 1층과 3층 사이에 2층이라는 환승 공간을 두고 계단으로 오르내리던 방식에서, 1층에서 3층으로 직통 엘리베이터를 뚫어버린 셈이다. 결과는 두께 25% 절감, 패키징 영역 소비전력 30% 이상 감소, 그리고 좁은 면적에 더 많은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쌓을 수 있는 공간 확보다. AI 데이터센터가 발열과 전력 때문에 비명을 지르는 지금, 이건 단순한 개선이 아니라 구조적 해결책이다.

진입장벽도 만만치 않다. 510mm급 대형 유리 패널을 30µm 두께로 뽑아내는 공정,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와의 합작, 일본 DNP·독일 LPKF와의 제휴, CHIPS Act 보조금 7,500만 달러 확보. 후발주자가 따라잡으려면 자본만으로는 어렵다.

 

본업은 폭발 직전, 별도는 여전히 어둡다

여기서 SKC를 분류하면 명확하게  성장 베팅형이다. 지금은 적자지만 미래 기술이 유망한 회사.

숫자로 보자. 2023년 영업적자 2,137억 원, 2024년 2,768억 원, 2025년도 2천억 원대 손실 추정. 3년 연속 적자다. 동박을 만드는 자회사 SK넥실리스 가동률은 약 50%로, 흑자 전환에 필요한 75%까지는 한참 멀다. 화학·필름 사업도 구조적 둔화 국면.

그런데 손익만 보고 이 회사를 평가하면 핵심을 놓친다. 표면적으로는 만성 적자 회사처럼 보이지만, 진짜는 의도된 적자다. 회사가 양극재 진출도 접고, 화학사업 매각하고, 1조원 자본까지 끌어와서 한 곳에 꽂는 중이다. 2025년 적자의 상당 부분은 사업 정리 비용과 유리기판 선행 투자가 만든 것이지, 시장에서 진 게 아니다.

용어 풀이를 잠깐. 영업이익은 본업으로 번 돈이고, 영업이익률은 100원 팔아서 얼마 남았는지를 본다. SKC가 목표하는 유리기판 마진은 약 25% 수준. 지금 적자 사업들과 차원이 다른 수익성이다.

이 시장은 어디까지 커질까, 그리고 신경 쓰이는 두 가지

시장조사업체 더인사이트파트너스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유리기판 시장은 2025년 약 318억 원에서 2034년 약 5조 7,960억 원으로 9년간 약 180배 커진다. AI 반도체와 HBM 수요가 폭발하는 이상, 유리기판 시대가 오긴 온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첫 번째는 양산 일정의 미끄러짐이다. 2025년 말 양산 → 2026년 초 → 그리고 2026년 2월 컨퍼런스콜에서는 결국 명확한 양산 시점을 못 박지 못했다. 회사 측 설명은 고객사들이 데이터센터·AI 가속기 등 용처별로 신뢰성 테스트를 까다롭게 요구하면서 검증 범위가 늘어났다는 것. 임베딩 방식이라는 고난도 기술을 택한 것도 시간을 더 잡아먹는 요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SKC의 CTE(열팽창계수) 7ppm 수준이 업계 표준 3.3ppm을 맞추는 과정에서 공정 재설계가 필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으로 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양산 시점 가이던스'가 다시 제시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두 번째는 재무 부담의 가중이다. 1조원 유상증자가 단행됐다는 건 그만큼 본업이 자체 현금흐름으로 신사업을 끌고 갈 여력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양산이 1년 더 미뤄지면 추가 증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박 사업 가동률 75% 도달과 유리기판 의미있는 매출 발생 시점, 이 두 숫자가 동시에 움직여야 회사가 산다.

 

결국 이 회사의 매력은

선점의 해자. 유리기판이라는 트렌드는 이미 정해졌다. 인텔, 삼성전기, LG이노텍, 일본 DNP까지 모두 들어왔다. 그런데 양산 라인을 가진 곳은 SKC 한 곳뿐이다.

돌이킬 수 없는 구조 변화. 화학 매각, 양극재 철회, 1조원 증자. 회사는 이미 다리를 불태웠다. 이제 유리기판이 성공해야만 살아남는다는 뜻은, 곧 모든 자원이 그쪽으로 쏠린다는 의미다.

타이밍의 비대칭성. 양산 일정 지연이라는 악재가 이미 주가에 반영돼 52주 고점 대비 19% 조정 상태다. 반대로 양산 가시화 시그널이 나오는 순간, 비대칭은 반대 방향으로 풀린다. 본격 매출 발생 시점은 2026년 이후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본업 적자 뉴스만 보면 피하고 싶은 종목이다. 하지만 빅테크 20곳이 먼저 연락해 온 이유, 최태원 회장이 직접 챙기는 이유, 그리고 회사가 다른 사업을 모두 접으면서까지 한 곳에 자본을 꽂는 이유는 손익계산서에 안 적혀 있다.

이 회사는 지금 돈을 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사고 있는 중이다.

 

 

 

이 글은 종목 추천 글이 아닙니다.

공부와 기록을 목적으로 작성된 개인 의견이며, 투자에 대한 모든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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