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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일진전기, 전선주로 묶여 있던 그 회사가 AI 인프라 핵심으로 떠올랐다

by 지오JEO 2026.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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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주 최고가 99,300원을 뚫고 142,600원까지 올라온 종목이다. 단기 급등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 회사를 둘러싼 시장의 시선이 바뀌는 중이라는 신호로 읽을 만한 자리다.

발전소에서 데이터센터까지, 전기의 길을 통째로 까는 회사

일진전기는 1968년에 설립된 종합 전력기기 기업이다. 핵심 사업은 두 가지. 초고압 변압기와 초고압 케이블.

변압기는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의 전압을 바꿔주는 장비, 케이블은 그 전기를 실제로 실어 나르는 길이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발전소에서 AI 데이터센터까지 전기가 도달하려면 '바꾸는 장비(변압기)'와 '나르는 길(케이블)'이 둘 다 필요한데, 이걸 한 회사에서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기업이 일진전기다.

지금 일진전기를 보는 이유는 세 가지 정도가 있다.

첫째, 북미 송전망이 345kV에서 525kV로 한 단계 올라가는 중이다. 일진전기는 이 최상위 전압대 변압기를 만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업체다.

둘째,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시설보다 전력을 10배 이상 먹는다. 미국에서는 전력 장비 납기가 24~36개월까지 밀렸고, 일부 초고압 변압기는 돈을 줘도 못 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셋째, 미국 발주처가 25% 관세를 직접 부담하면서까지 한국산 변압기를 사 가는 수준의 공급 부족이 현실이다.

전기를 만들고, 바꾸고, 나르는 인프라 전 구간에 발을 걸친 회사가 이런 환경을 만났다는 게 핵심이다.

전선주라는 꼬리표가 만든 6.8조 vs 51조의 격차

전력기기 섹터에서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 ELECTRIC은 이미 52주 최저가 대비 160~312% 올랐다. 대장주 프리미엄이 주가에 다 반영된 상태다.

HD현대일렉트릭의 시가총액은 약 51조원. 같은 호황의 수혜를 받는 일진전기는 약 6.8조원이다. 7배 넘게 차이 난다.

왜 이런 격차가 생겼을까. 시장이 일진전기를 고마진 변압기 회사가 아니라 마진이 낮은 '전선주'로 분류해왔기 때문이다. 변압기를 한 회사에서 같이 만든다는 사실보다, 케이블 사업의 이미지가 더 강했던 셈이다.

이걸 비유하자면 이렇다. 벽돌만 만드는 회사와 벽돌도 만들고 집도 짓는 회사가 있을 때, 시장이 후자를 그냥 '벽돌 회사'로 분류해온 것이다. 그런데 지금 벽돌과 시공이 동시에 부족해지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둘 다 할 줄 아는 회사의 가치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300~525kV급 상위 전압 변압기 수급이 타이트해지면서, 가격 결정력 자체가 공급자 쪽으로 넘어왔다.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적으니 부르는 게 값이 되는 구조다.

이 변화가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시장이 매기는 멀티플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본업은 이미 폭발하고 있다

2025년 연결 매출은 2조 446억원, 전년 대비 29.6% 늘었다. 영업이익은 1,512억원으로 89.6% 폭증했다.

2026년 가이던스는 매출 2조 3,264억원(+13.8%), 영업이익 2,176억원(+43.9%)이다. 1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치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줄로 정리하면, 지금 돈을 잘 버는 회사다. 그리고 더 잘 벌게 될 회사다.

이익률 변화가 특히 인상적이다. 2024년 11.0%였던 영업이익률이 2026년 19.8%까지 개선될 전망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홍성에 신공장을 지었고, 2026년부터 100% 가동에 들어간다. 약 4,000억원 규모의 추가 생산능력이 붙는다. 공장 가동률이 올라가면 고정비가 분산되면서 같은 매출이라도 남는 돈이 훨씬 커진다.

수주잔고도 든든하다.

2025년 말 기준 중전기 부문 수주잔고는 약 1조 6,000억원. 2026년 1월에는 미국 발전사업자와 1,977억원짜리 단일 최대 계약을 체결했고, 2월에 영광 태양광 송전선로 1,100억원, 4월에 캐나다 알버타주 데이터센터에 1,200억원 규모 초고압 변압기 공급 계약이 줄줄이 이어졌다. 회사 측은 상반기 중 추가 대형 수주를 예고한 상태다.

매출 외형, 이익률 개선, 수주잔고 — 이렇게 세 축이 동시에 우상향 중이다.

 

이 시장은 어디까지 커질까, 그리고 조심히 봐야하는 두 가지

NH투자증권은 코스피 12개월 선행 목표치를 9,000포인트로 올렸다. 이 상승의 핵심 동력은 반도체 이익 증가, 그리고 그 반도체가 돌아가려면 필수인 AI 데이터센터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필요한 게 전력 인프라이고, 그 인프라의 상층부에 일진전기가 있다. 반도체 → 데이터센터 → 전력기기로 이어지는 낙수 구조에서 가장 확실한 수혜 자리에 앉아 있다.

다만 조심할 부분도 있다.

첫째, 단기 과열 부담이다. 주가가 짧은 기간에 43.6% 오르며 새 고점 영역을 만들었다.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고,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

전력주의 상승 서사 자체가 코스피 9,000 시나리오와 글로벌 AI 설비투자가 꺾이지 않는다는 전제에 기대고 있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AI 투자 사이클이 둔화된다는 신호가 감지되면 가장 먼저 흔들릴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둘째, 외부 변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한전 입찰 담합 조사가 진행 중이고, 핵심 원자재인 구리 가격 급등도 마진을 일시적으로 누를 수 있는 변수다.

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률이 가이던스 경로(2026년 19.8%)를 따라가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만약 이 숫자가 흔들리면, 재평가 논리 자체가 약해진다.

일진전기의 매력을 요약하자면

① 변압기와 케이블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원스톱 사업자라는 구조적 자리.

② 신공장 가동으로 영업이익률이 11%에서 19.8%까지 점프하는, 외형 성장이 아닌 이익 폭발의 구간 진입.

③ '전선주'라는 꼬리표 때문에 HD현대일렉트릭 대비 7배 이상 낮은 시총에 머물러 있는, 재평가 여지가 남은 자리.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성립하는 종목은 흔하지 않다. 다만 단기 급등 구간에 진입한 만큼, 추격보다는 분기 실적과 수주 공시를 따라가며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접근이 더 어울리는 자리다.

이 글은 종목 추천 글이 아닙니다.
공부와 기록을 목적으로 작성된 개인 의견이며, 투자에 대한 모든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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