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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

트럼프가 사겠다는 그 섬, 진짜 노리는 건 땅이 아니다

by 지오JEO 2026.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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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이상한 풍경이 보인다. 인구 5만 7천 명, 면적은 한반도의 10배, 국토의 80%가 얼음. 이 섬을 두고 2025년 한 해 동안 미국과 중국과 유럽이 외교전을 벌였다. 그것도 진심으로.

 

 

트럼프가 사겠다는 그 섬, 진짜 노리는 건 땅이 아니다

2025년 초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선언했을 때, 대부분의 한국 언론은 이걸 정치 쇼로 다뤘다.

실제로 1차 임기 때도 비슷한 말을 했었고, 농담으로 끝났으니까.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시장은 이걸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미 국방부는 4억 달러를 희토류 회사에 직접 투자해 최대주주가 됐고, 사우디 국부펀드는 그린란드 광산 가공시설에 15억 달러를 약정했다. 미국 수출입은행은 그린란드 광산 프로젝트에 1억 2천만 달러 지원을 결정했다.

이게 무슨 뜻인가.

자본은 이미 매입 여부와 상관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트럼프가 노리는 건 그린란드라는 부동산이 아니다. 그린란드가 깔고 앉은 네 가지 자산이다.

 

첫째, 중국이 90% 쥔 것을 빼앗아 올 단 한 곳

희토류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17개의 희귀 금속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

스마트폰 진동, 전기차 모터, 풍력터빈, F-35 전투기, 잠수함 — 현대 문명을 떠받치는 거의 모든 것에 들어간다.

문제는 이걸 어디서 캐고 어디서 정제하느냐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70%, 정제·가공의 90% 이상을 쥐고 있다.

특히 디스프로슘과 터븀이라는 두 원소는 사실상 중국이 단독으로 정제한다.

이 두 원소가 빠지면 고온에서 견디는 자석을 만들 수 없다. 자석이 없으면 EV 모터도, 전투기 부품도, 풍력터빈도 멈춘다. 

2025년 봄, 트럼프의 중국 관세 발표 직후 베이징은 희토류 7종에 수출 제한을 걸었다. 10월에는 추가 금지와 역외 라이선스 의무까지 도입했다. 미국 자동차 회사 일부는 이때 생산을 중단했다.

이게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니라 목줄을 쥐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여기서 그린란드가 등장한다.

남부 탄브리즈 지역은 세계 최대급 희토류 매장지 중 하나다.

그것도 가장 비싼 중희토류가 27%나 들어 있다. 미국이 중국에 의존하지 않고 캘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후보지가 그린란드인 셈이다. 중국이 90%를 쥔 시장에서, 단 한 곳의 비어있는 의자가 그린란드라는 얘기다.

둘째, 북극이 녹으면서 새로 열린 항로

기후변화는 보통 재앙으로 보도된다.

그런데 강대국 입장에서는 다르다.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북서항로가 1년에 더 오래 열리고 있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거리가 수에즈 운하 경로 대비 약 40% 줄어든다. 매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운송비 절감, 그리고 군사적 기동성 확보가 동시에 가능해진다.

이 항로의 길목에 그린란드가 있다.

누가 그린란드에 항만과 활주로와 통신시설을 설치하느냐가, 21세기 후반 북극 무역의 통제권을 결정한다.

중국이 2018년 "근북극국가"를 자처하며 그린란드 공항 건설에 뛰어들었던 이유, 그리고 미국이 그걸 끝내 막았던 이유가 여기 있다.

 

셋째, 사라진 듯하면서 사라지지 않은 군사기지

그린란드 북부에는 툴레 공군기지(현 피투픽 우주기지)가 있다.

미국이 1951년부터 운영한 곳으로, 러시아에서 미국 본토로 발사되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가장 먼저 포착하는 조기경보 레이더가 여기 있다. 미국 미사일 방어 체계에서 그린란드는 빠질 수 없는 한 칸이다.

그런데 현재 이 섬의 외교·국방은 명목상 덴마크가 책임진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자국 안보의 핵심 거점이 동맹국의 동맹국 손에 위탁돼 있는 셈이다. 트럼프가 매입 카드를 꺼내든 본질은 이 구조를 정리하고 싶다는 것이다.

매입이 아니어도 좋다.

자치권 확대 후 미국과의 자유연합(Compact of Free Association) 형태로 가는 시나리오가 워싱턴에서 진지하게 검토되고 있다.

 

넷째, 누구도 손대지 않은 마지막 자원 창고

그린란드는 희토류 외에도 우라늄, 티타늄, 흑연, 아연, 그리고 탐사가 거의 안 된 채 잠들어 있는 석유·가스 매장량을 갖고 있다. 빙하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인류는 아직 다 모른다.

여기서 흥미로운 숫자가 등장한다. 그린란드 GDP는 약 30억 달러 수준이다. 한국으로 치면 중소도시 하나의 경제 규모다. 그런데 미국이 검토 중이라 알려진 주민 1인당 보상금만 곱해도 그린란드 GDP의 두 배에 가까운 금액이 한 번에 풀린다. 국가 단위로 거래가 가능한 마지막 땅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이유다.

 

 

결국 그린란드의 가치는

지도 위의 5만 7천 명짜리 섬을 놓고 강대국이 진심으로 움직이는 이유는 결국 하나로 압축된다.

21세기 패권이 의존하는 네 가지 — 자원, 항로, 군사, 미개척지 — 가 한 곳에 모여 있는 행성의 마지막 좌표가 그린란드라는 사실.

매입은 안 될 수도 있다.

자유연합도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자본은 이미 답을 정했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인프라, 광산, 항만, 통신, 금융 — 어느 한 곳을 거쳐서라도 이 흐름에 발을 걸치는 자가 다음 10년의 승자가 된다고 본 것이다.

지금 우리가 봐야 할 것은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사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그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어느 산업과 어느 인프라에 돈이 쌓이는가다. 답은 이미 1년 전부터 흐름 위에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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